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4강에 오른 모로코가 출전 선수 26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귀화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입니다. 대부분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자녀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수 국적자들을 대거 귀화시켜 강한 팀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모로코는 11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1-0으로 이겼습니다. 이로써 모로코는 1986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 최초로 16강에 오른 데 이어 36년 만에 4강까지 오르는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역대 최다인 137명의 귀화선수가 출전했는데, 가장 많은 나라가 모로코입니다. 로맹 사이스, 소피앙 부팔(프랑스), 소피앙 암라바트(네덜란드), 무니르 모하메디(스페인), 아나스 자루리(벨기에), 압델하미드 사비리(독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자란 선수들이 모로코로 모였습니다. 이번 대회 내내 뛰어난 선방을 펼친 골키퍼 야신 부누는 캐나다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들이 귀화한 이유는 태어난 나라가 축구 강국이라 대표 선수가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 선수들이 모로코에 합류하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뛰다 성인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잉글랜드 첼시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하킴 지예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슈라프 하키미는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8살 때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잠시 스페인 연령대 대표팀에 소집됐으나 17세 때부터 모로코 대표팀을 선택했습니다. 하키미는 "스페인 대표팀에선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모로코 대표팀에선 모로코인다움이나 아랍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로코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아 프랑스어도 공용어로 쓰이고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뒀기에 스페인어도 널리 통용되는 나라입니다. 유럽으로 떠난 이민자들 역시 무슬림 문화와 관습을 이어가고 있어 귀화 후 의사소통과 단합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모로코는 오는 15일 새벽 4시 프랑스와 격돌하는데, 계속 돌풍을 일으킬지 재미있게 지켜보겠습니다.